연기

내가 연기에 빠진 이유 <프롤로그>

NamuA 2017. 1.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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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2013년부터 연기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임을 밝힌다.




이 연기란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연기론에 대해 써보자 한다.




내가 연기를 공부하기 위해, 연기학원에 문을 두드리고,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지 4~5개월이 넘어가던 시기였다.

(어떻게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는 지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 쓰도록 하겠다.)




그 당시 우리는 월말에 있을 연극공연을 앞두고, 대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였다.

스승님께서 우리에게 내미셨던 희곡은 유진 오닐이라는 극작가가 쓴 밧줄이였다.




밧줄.. 희곡 이름도 생소하고 찾아보니까 유진 오닐 단편선 중 하나였다고만 나온다.

정보가 그만큼 없었다. 초록창에도 안 나왔을 정도면 이 게 뭔가 싶었다.

물론 내가 영어를 할 줄 알았다면, 좀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대본 또한 정말 난해하기 그지 없었다.

분석을 하고, 또 해도 이 게 대체 무슨 맥락으로 가는 건 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가 배역 오디션이 잡혔고, 나는 당연히 젊기 때문에 젊은 역할을 연습했다.

남자 배우들이 피하려고 했던 역할은 당연히 노인 역할이였다.

극중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노인 역할 자체가 대본 상에서도 난해하게 그려질 정도니까.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모두가 피하려고만 했던 역할이였던 노인 역할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절망에 빠졌다. 그 것 만큼은 피했어야 했는데.

극중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노인 역할이였던 벤트리. 아직도 배역명이 기억 난다.





문제의 그 대본. 이 건 연극에 올리기 위해 만든 최종 완성판이다.

왼쪽의 벤트리가 내가 맡은 역할이다. 오른쪽 아래에 가려 놓긴 했는데,

음향감독도 겸했었다.




당연히 처음 본 대본이니 난해한 건 어쩔 수 없었고,

심지어 정상적이지 않은 비정상의 신체를 가진 게 벤트리였다.

다리가 뒤틀리고, 지팡이까지 짚고 다니는 완전한 노인네였으니까.


문제는 이 노인네를 내가 어떻게 재현해내느냐인데...


결국 난 혼자 탑골공원을 찾아서 어르신들의 걸음걸이를 쭈욱 지켜보게 되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어르신들의 걸음걸이를 지켜보았다.


그 순간 나에게 걸어오셨던 한 어르신이 있었다.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면서 천천히 걸어오셔서 종로3가역을 가르쳐달라는 할아버지.

바로 앞이기에 가르쳐드렸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찾던 벤트리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었다.

집에 가서 그 할아버지 걸음걸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연극이 끝날 때까지 그 걸음걸이를 하고 다녔는데, 점점 사람들이 양보를 하기 시작했다.

정정하신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고생이네"라고 위로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죄송스러웠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였다.

수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때 나는 정말 오만가지 만감이 교차했고, 무대 뒤에서 눈물을 쏟았다.

어딘가에 내가 연기했던 영상이 유투브에 떠돌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진짜로 유투브에 있던데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 뒤로 연기에 대한 매력에 빠져버렸고, 지금까지 연기 공부를 계속한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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