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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논란. 결국은 돈이 사람을 지배한다.

NamuA 2015. 10. 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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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이들에게는 절망을

돈 있는 이들에게는 희망을

여러분은 자본주의에 살고 있습니다.


돈이 최고라는 자본주의 대한민국.


그런 대한민국에서 음원 사재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음원사재기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을까?


2015년 9월 21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서 실체를 추적하게 된다.


JTBC 뉴스룸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음반사재기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미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 것도 모자라서...




2015년 9월 30일에 출연한 JYP 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은 "10위 안에 들어가있는 곡들 중에서 6곡은 음원 사재기가 되고 있는 곡." 이라고 밝혔다.

자기가 직접 브로커를 통해서 들은 얘기라고.


택연은 하도 자신이 소속된 그룹인 2PM의 음원 성적이 안 좋자, "제발 하자."고 건의까지 했을 정도라고. 물론 무참히 씹혔다면서, JYP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멜론에서 보이는 최근 2PM의 음원 성적이 형편 없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재기를 했다면, 이런 성적이 나오기 힘들지.




공연의 신(神) 가수 이승환도 2015년 10월 1일에 JTBC 뉴스룸에 출연하면서, "자신에게도 그런 제의가 왔고 수억원의 돈을 요구했다며, 또한 음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이승환은 음원 사재기가 공공연한 비밀로 얘기되어왔던 이유에 대해, "음악이 소장의 의미에서 저장, 소모의 의미로 바뀌면서, 음악인들이 음악을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 봤다. 대중도 차트 순위로 음악의 가치를 평가하다가 보니, 음원 사재기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YG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양현석 또한, "음원 사재기가 의혹만 제기되어 왔고, 진상 규명이 된 적이 없었다. 2년 전에도 가요 3사가 의혹을 제기했고, 수사까지 했는데, 흐지부지 됐다. 이번에는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가요계를 모두 죽이는 일." 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경우를 종합해보자. 왜 음반 사재기가 진행되느냐?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연예인은 언제 묻힐 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기적인 인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음원 사재기도 마다할 수가 없다면서,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음반 사재기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없는 사람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다시 말해, 있는 자들의 특권이다.


내 주위에 음악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들이 똑같이 얘기하는 것은 "요새 돈 없으면 음악하기 정말 힘들다."는 반응이였다. 정말이다, 내 주위에 음악하는 사람들은 투잡을 뛴다. 본업이 작곡가이나, 생업에 거의 1%도 도움이 되질 않으니, 아르바이트를 겸하는 것.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고 한다.


혹자는 "연예인 걱정해주고 자빠졌네." 라는 등의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건 대중들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음원 유통사들의 '가격 경쟁에 따라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서비스 되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소리다. 그 것 때문에 음악인들이 돈을 못 벌고 점점 음악계를 떠나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말이다.


멜론 스트리밍의 경우, 한 달에 만원도 되지 않는 돈을 내고. 전곡 감상이 가능하다. 데이터만 풍분하다면 오히려, 음반을 사는 이를 멍청하다며, 손가락질까지 하는 이도 생긴다.


사실, 국내 음원사이트가 대중에게 제공해주는 스트리밍 값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마저도 음원사이트가 반 이상을 떼어간다. 가수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극히 적다.


에픽하이 노래 중 <뒷담화>에서는 멤버들끼리 떠드는 부분에서 "냉장고에다 머리 쳐박고 음반작업 했다."고 나온다. 이런 어려운 상황까지 처해가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나?


음악인=가난해야 한다.

대중들은 이 걸 당연시하게 여긴다. 가수는 잘 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홍대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거나, 무료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피폐해져가는 생활 수준을 감당하면서, 대부분 돈에 신경 쓰지 않고 공연을 한다.


단지, 음원 순위랑 음반 순위에 없다고 해서, 그 가수의 음악성까지 평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다. 음악이 정말 소름끼치게 좋아도, 소속사에서 마케팅 비용도 부족해서, 홍보가 안 되는 것일 뿐이지. 중소형 기획사가 특히 그렇다.


크롬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크레용팝>이 대표적이다. 소속사는 3년 조금 넘은 신생 기획사다. 그나마, 앞의 앨범은 줄줄이 망했다. 오죽 돈이 없으니, <빠빠빠>는 30만원 가지고 용마랜드에서 찍었을 정도. 이 것도 망하면 계약서 찢고 깔끔하게 헤어지자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말 다 했다.


<빠빠빠>는 국민 댄스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주목 받았지만, 현재는 잊혀지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이 소속사의 다른 가수는 아예 순위에 들지도 못 한다.


아무리 주목을 많이 받아봤자, 자본이 없으면, 결국 밀려난다는 것을 크레용팝이 여실히 보여준다. 2013년에는 누가 봐도 조용필과 크레용팝의 해였다는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그 해 <빠빠빠> 춤은 원더걸스의 <Tell Me>와 소녀시대의 <Gee>,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잇는 국민 댄스로 자리 잡았을 정도니까.


우리나라만 이런 성향이 강하다. 심지어, 내놓은 앨범도 안 팔린다. 대중들의 반응은 이런 앨범을 사는 이들을 보며, "만원 주면 스트리밍에 다운로드도 가능한데, 돈이 썩어나는 것도 아니고, 왜 굳이 몇만원짜리 앨범을 사느냐?" 라는 말들을 서슴없이 지껄인다.


이렇다 보니, 장기하는 아예 음반을 소량 제작하게 된다. 음악인들도 돈이 남아나서 음반을 제작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적자다. 때문에, 앨범 내는 거 자체 만으로도 손해이므로, 디지털 싱글은 반 강제로 울며 겨자먹기로 내는 셈이다.


또한, 음악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점도 생긴다. 클리셰를 느끼게 하는 뻔한 멜로디(음악성 0%, 상업성 100%)와, "이 게 음악인가?" 할 정도의 수준 낮은 음악 수준(수준 낮은 가창력이 주로 꼽힌다.)으로 음악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생긴다. 상업성만 쫓다 보니, 대중들이 그로 인해, 지겨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 빌보드 차트는 모든 성적들을 종합하여 발표한다. 음반/음원 순위만 체크하는 게 아니다. 다방면으로 체크한다. 그래서, 외국에서 집계된 K-POP 차트와 국내에서 집계된 K-POP 차트는 매우 다른 편이다.


우리나라는 음원사이트와 실시간 투표, 선호도 점수 같은 것들로 그 가수의 인기와 흥행을 평가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영화로 따지자면, 그 해 천만 관객이 넘은 영화만 성공한 거고, 나머지는 망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작품성이 떨어져서 진짜 망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있지만... 그 건 어디까지나 소수라는 것이다. 임창정이 출연했던 <스카우트>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시나리오상과 주연으로 출연한 임창정이 최우수연기상을, 부일영화제에선 각본상을 받았다. 작품성으로는 꽤 많은 인정을 받았다.


이런 상업성에만 치중한 음악인들이 계속 생겨나다 보니까, 음악인들이 음원하고 콘서트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 앨범을 낼 수 있으니까. 그나마 음원이 음원 사재기로 잠식되어 버리면 답이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행위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결국 다 같이 망하는 길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 음원 사재기는 스포츠로 따지면, 페어 플레이를 하지 않고, 반칙을 일삼는 비신사적인 행위나 다름 없는데 왜 그 걸 모를까???


미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다는 말도 옛말이 되었다. 정말 미치광이가 되어도, 성공하기 힘들어지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있는 자들은 돈을 쓰고, 없는 자는 더 힘들어지는 빈익빈 부익부가 되어가고 있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건 양심적인 문제이며, 나아가 도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음악계가 점점 이런 유혹에 잠식된다면, 음악계가 아니라, 이 나라 문화 산업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돈의 맛을 알게 되면, 초심을 잃게 되고, 돈에 미치게 된다. 돈이 사람을 지배하고, 결국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이다. 도박판에서 돈 잃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침체된 대한민국 음악계가 과연 어디까지 떨어지는 지 참 궁금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작업실에서 폐인처럼 살고 있을 음악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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